서툴지만 괜찮아
(... 아니야 안 괜찮아)
네, 저는 마침내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호칭이 ‘디자이너’가 된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것을 엎치락뒤치락하며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을 디자이너로 살고 있습니다. 목가구를 디자인하면서 시작한 이 일은 점점 큰 것으로 확대됐습니다. 가구에서 인테리어로, 인테리어에서 건축으로 점점 큰 것을 다뤄보기도 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다양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제품 디자인,, 로고나 포스터 디자인 등, 정말 우연한 기회를 통해 여러 종류의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거나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해봤다고 해서 저의 능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디자인 실력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의 결과가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디자인을 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도 많이 일으켰습니다. 한 번은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클라이언트와의 분쟁으로 신경쇠약이 걸릴 것 같았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꼼꼼하지 못한 탓에 수천 장의 인쇄물에 오타가 그대로 인쇄되는 엄청난 사고를 치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고백건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디자인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내 정신건강이나 챙기고 싶은, 소위 말하는 현타를 느끼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았던 일들도 참 많았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것들도 결국엔 진한 경험치로 남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안 좋은 쪽으로 두근거리곤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디자인을 하면서 안타까운 일들을 접하기도 합니다. 공간 디자인을 맡았던 회사나 매장이 건물 사정으로 나가야 한다던가 도산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로고나 시각디자인에 참여를 했지만 마케팅이 안되어 판매가 안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결과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과 성과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디자인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죠.
저 스스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한참은 더 배워야 하며, 여전히 서툰 것들 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잘한다고 생각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마 이런 생각은 제가 디자인을 그만하게 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그림자처럼 저에게 붙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설픈 겸손이 아니라 실제로 정말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보통사람을 위한 디자인 안내서
브랜딩 / 공간 디자인 문의 : botton.sal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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