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영화 노매드랜드 / Nomadland (2020)
보통사람의 영화 리뷰
- 감독 : 클로이 자오(Chloe Zhao)
- 러닝 : 108m
- 프란시스 맥도맨드(Frances McDormand)
유퀴즈에 출연한 이동진 평론가는 직장생활을 그만둘 때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외부에 아주 매력적인 것이 있을 때,
둘째는 내부에서 자신을 밀어낼 때
인생을 살다보면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자신의 환경이 적잖이 바뀌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첫장면과 자막은 주인공 Fern이 어떤 이유에서 유랑생활을 시작하게 됐는지를 설명해준다.
직장과 남편, 집을 한 번에 잃은 주인공 Fern.
상실감과 추억들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들이 잔뜩 묻어있는 그곳을 떠난다.
낡고 작은 벤을 꾸며가며 딱히 목적지가 없는 유랑을 시작한다.
그렇게 삶을 이어가는 그녀는 각자의 이유와 사연으로 비슷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오롯이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간다.
이 영화에서 꽤 흥미롭게 바라본 점이 있는데
첫째로는 이 영화는 동양철학을 담고 있다.
(중국 출신의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간의 대화나 소품에서 착안해낸 형상의 의미, 또는 자연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들은 다분히 동양철학의 요소들이 엿보인다.
그 예로 영화내에서 Fern이 끼고 있는 반지에 대한 이야기를 장면이 있다.
반지의 형태인 '원'이 가진 내재적 의미와 해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장면은 다분히 동양의 윤회를 표현한 듯하다.
게다가 이 해석은 영화내에서 꽤 상징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유랑생활이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겪는 모든 종류의 만남은 이러하다.
주인공은 다양한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유대와 연대를 맺기도 하지만 대단히 자연스럽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취직과 유랑을 반복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공간(Void)을 접하는 것 역시 동일하다. 안정적 공간과 자연과의 만남을 마치 윤회하듯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영화에서 표현한 삶의 형식이다.
이 영화는 분명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표면적으로는 힐링 무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목을 죄는듯한 산업화된 사회에서 여행과 유랑생활에 대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요소들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핏보면 자유롭게 떠도는 여행을 그린 로드무비 같은 느낌을 주는 듯하는 동시에 영화에서 보여지는 날것의 유랑생활은 흔하게 품을 수 있는 로드트립의 판타지를 제거해주기도 한다.
러닝 내내 벌어지는 돌발 상황, 식수문제, 위생문제, 재정문제 등을 수 도 없이 부딪히는 주인공의 삶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여행의 맨얼굴을 보는 듯하다.
영화는 유랑생활과 안정된 삶의 형태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두가지 질문을 하는 것과 같다.
어떤 삶의 형태가 어떤 것들을 수반하는가. 곧 무엇을 내어주고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이토록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듯, 당신은 어떤 삶을 살려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형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세 번째로는 자연에 투영되는 인간의 삶의 본질이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특정 장면이 아닌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일 것이다.
유랑생활을 한다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자연과 폐도시의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는 도시를 제외한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광활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거대한 자연을 통해 자연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닌 조심스레 자연에 섞여가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묘사한다.
자연과 만났다가 다시 헤어지고, 때로는 자연을 다듬거나 일부가 되어 자연 속에 스며들며 자연이 주는 무언가를 한껏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질은 자연에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돌이라는 소재에 대해서도 여러 측면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깨진 사기그릇, 돌을 판매하고 정리하는 일, 선물 받은 구멍뚫린 작은 돌, 끝없이 펼쳐진 절벽과 퇴적 층등
이 영화에서는 석재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이 석재가 주는 의미 역시 본질은 같지만 수많은 형태로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과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노매드랜드 뜻 (Nomadland)
Nomad는 유목민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몽골을 방문한 서구인이 그들을 지칭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 단어의 뜻은 어찌 보면 상충되는 두 단어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유행했던 디지털 노매드(Digital Nomad)라는 단어로 좀 더 친숙한 듯하다.
'노매드(Nomad)'는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을 지칭하지만 '랜드(Land)'는 나라나 땅 자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상당히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수반한다.
하지만 세상 어디를 가든 자신의 집(home)이 되는 유목민의 개념으로는 이 세상 전체가 그들의 땅, 즉 노매드랜드(Nomadland)가 되는 것으로 의미를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영화초반에 나오는 대사처럼.
"I'm not a homeless. I'm houseless"
노매드랜드 수록곡 음악 OST
1. Einaudi: Oltremare by Ludovico Einaudi
2. Einaudi: Seven Days Walking / Day 1 - Golden Butterflies by Ludovico Einaudi & Federico Mecozzi & Redi Hasa
3. On The Road Again (Nomadland “Burn The Van Again” Version) by Nomadland Cast
4. Quartzsite Vendor Blues by Donnie Miller
5. Arnalds: Epilogue by Ólafur Arnalds
6. Sigman: Answer Me, My Love by Nat King Cole
7. Next To The Track Blues by Paul Winer
8. Einaudi: Petricor by Ludovico Einaudi & Daniel Hope
9. Einaudi: Seven Days Walking / Day 3 - Low Mist by Ludovico Einaudi & Redi Hasa & Federico Mecozzi
10. Dave's Song by Tay Strathairn
11. Drifting Away I Go (Nomadland Mix) by Cat Clifford
- 한줄평 : 인간과 자연 속에서 겹겹이 담아낸 삶의 흔적과 의미
- 8.9/10
- 문의 : botton.sal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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