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에서 피어나는 드라마 같은 스릴러
영화 더 스파이 / The Courier(2020)
보통사람의 영화 리뷰
- 감독 : 도미닉 쿡(Dominic Cooke)
- 러닝 : 112m
- 배우 :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 메랍 니니트쩨(Merab Ninidze), 레이첼 브로스나한(Rachel Brosnahan), 제시 버클리(Jessie Buckley)
우선 제목에 대해서 잠깐 언급을 해야할 것 같다.
영화의 원제는 'The Spy'가 아닌 'The Courier'다.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Courier
1. 운반[배달]원; 택배 회사
1. [여행]직업적인 여행. 수행원이란 말로 때때로 Tour Manager라든가, Tour Escort라는 말이 사용된다.
원제인 'Courier'를 'Spy'라고 바꾼 것은 좀 더 보편성 있는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영화의 대략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크게 그려놓고 시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한 듯해 보인다.
만약 한국에서 'Courier'라고 한글로 써놓았다면 아마 그 뜻에서 여러가지 이상한 오해가 있지 않았을까
실화를 토대로 그려진 이 영화는 첩보 스릴러라는 커다란 장르적 프레임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실화배경에 첩보 스릴러라는 조합은 기존 해당 장르영화 안에서 표현된 캐릭터들의 묘사 - 이를테면 액션 따위 -를 기대하긴 어렵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장르가 가지고 있는 상상이 빗어낸 허구적인 표현일 가능성이 꽤 높을 거라 추측해본다.
스파이라는 캐릭터가 메인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또는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분위기는 아마도 '모종의 미션'과 '은밀함', 그리고 '긴장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허구적인 상상물의 도움이 전혀 없이도 굉장히 충실하게 그것을 표현해냈다. 총성이나 과격한 폭력이 없이도 인물 간의 표정과 상황 묘사를 통해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분위기를 깊이 있고 몰입감 있게 표현한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찌보면 단순 첩보영화로 규정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주인공 '그레빌 윈(베네딕트 컴버배치分)'의 잠시나마 운반책이었던 시절의 강렬했던 에피소드를 담았던 영화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강렬했기 더욱 사실적이면서도 드라마 같은 전개가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첩보의 소재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은근하게 묻어나는 캐릭터들간의 사랑과 우정 등 여러 가지 감정의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에서는 '관계'라는 단어를 주목하며 본다면 조금 더 캐릭터들의 심상과 공감하며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관계 1 : 러시아와 미국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사용한 영화들은 정말 많다. 지금 당장 나열해도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맨 프롬 엉클', '스파이 브릿지'등 정도가 떠오른다.
공식 매체를 통해 국가적인 중대 사안을 공표를 하며 서로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등의 모습들은 양국 간의 분위기와 시대 정서를 간결하지만 긴박하게 담아냈다.
소련 체제의 붕괴와 자본주의 사회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강성화, 그리고 그 안에서의 국가적인 움직임, 양국 간의 태세 변화 등 세세하게 신경전을 펼치며 변화해가는 양국의 모습을 넌지시 확인할 수 있다.
관계 2 : 친구에서 전우로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해 브로맨스 영화같아 보이기도 한다. 스파이는 단순 소재일 뿐이고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은 '그레빌'과 '펜코프스키'의 우정과 정서적인 교류로 서로 유대감을 맺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이 둘의 감정 변화와 묘사에 깊이 있게 집중한 모습을 보인다.
만약 단순하게 인물 한 두명의(그레빌과 펜코프스키의) 시대적인 업적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어쩌면 굉장히 뻔해보이는 전개로 인해 꽤 지루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의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신의를 지키는 단 두 명의 남자로부터 시작된다는 '펜코프스키'의 말은 영화의 말미까지 이어진다. 세계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가정으로, 가정에서 친구로 이어지는 신의는 소소하게 감동도 느껴진다.
관계 3 : 가족을 향한 애정
이 영화는 다행이도(?) 첩보영화에 거의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이상스러운 로맨스(이를 테면 우연히 만난 여성 캐릭터들과의 해프닝 - 이것도 문제다. 첩보물에서는 여성은 단순소비형 캐릭터로 사용될 뿐이다)를 담아내지 않았다. 억지로 구겨 넣은듯한 어설픈 로맨스를 담은 영화가 아닌 가정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의 책임감으로 완성된 단단한 사랑을 영화 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레빌의 가정과 펜콥스키의 가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둘은 똑같이 가정을 끔찍이 생각한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도 항상 가족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욱 사실적이고 납득할만하다.
사실 이미 여러 영화에서 유사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한 탓에 관람전에 캐릭터가 약간은 겹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 영화를 연기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라고 고개를 나름 끄덕거리게 됐다.
- 한줄평 : 피한방울, 총소리 없이 느껴보는 쫄깃한 드라마
- 8.3
- 문의 : botton.sal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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