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할 때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 ドライブ・マイ・カー / Drive My Car (2021)
보통사람의 영화리뷰
-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러닝 : 179m
-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가후쿠), 미우라 토코(미사키), 오카다 마사키(다카츠키), 키리시마 레이카(오토)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말해본다면 '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영화와 이 영화를 만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꽤 이목을 끌만하게 된 듯하다. 그 근거로는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영화임과 동시에 각종 저명한 세계 영화제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깐느 영화제의 각본상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장편영화상의 수상이력도 있다.
분명 취향의 차이일 테지만 필자는 현대 영화를 크게 두 가지 구분점으로 나눠서 생각할 때가 많다.
하나는 이야기의 전개는 매우 단순하나 그 단순함을 감독의 개성에 맞게 표현하는 경우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를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그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경우다.
이를 테면 전자에 해당하는 영화는 대개 줄거리를 요약해서 설명하기가 크게 어렵지 않은 구조를 띤다. 대체로 기승전결이 잘 나눠져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쪽 부류의 영화들은 대략적인 줄거리의 설명을 듣고 관람하게 된다면 영화는 대부분 큰 변곡점 없이 흘러간다. 일례로 '스펜서(2021)', '킹 리차드(2022)', '코다(2021)' 같은 영화를 이쪽으로 구분한다.
후자는 등장인물 간의 감정선, 이야기의 짜임새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이는 영화 내에서 기승전결의 역할과 각 지점마다 중요도를 차지하는 부분의 배분에 차이가 있다. 이 때문인지 적어도 필자같은 설명충에게는 영화의 줄거리를 쉽게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 편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후자에 해당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이야기'에 주목해서 보면 좋을 듯한 요소가 영화 안의 설정 속에 다양하고 섬세하게 포진되어 있다.
물론 이 영화를 찬찬히 뜯어보면 자동차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과 인물들의 감정 변화라던가 틈틈이 보이는 인물들이 보여주는의 상징적인 요소나 행위 배치 등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조금 더 써보고자 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한, 그리고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다. 이야기가 이야기의 앞뒤를 물고 있고, 그렇게 연결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덮혀진다.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영화 외적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 가지 단편 속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어 낸 영화다.
엄밀히 말하면 '여자없는 남자들'이라는 동명의 단편소설에 '셰에라자드'와 '기노'라는 단편의 소설의 일부를 가져와 사용하였다.
이 세 가지 이야기들이 상호 개연성을 만들어 가며 하나의 굵은 이야기로 탄탄하게 직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등장인물들이 '바냐 아저씨'라는 연극을 완성해 가는 이야기도 섞여 있다.
영화 속에는 '체호프'의 연극 '바냐 아저씨'의 연극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전체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작은 이야기인 '바냐 아저씨'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작은 이야기와 큰 이야기가 상호 중첩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각 등장인물과도 절묘하게 섞여 사건과 배경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 오토의 꿈속 이야기로 인해 서서히 밝혀지는 잔잔한 서스펜스의 긴장감
가후쿠의 아내인 오토는 육체적인 관계 시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설정은 캐릭터들 간의 은밀한 이야기의 공유로 점점 진실과 자신의 감정에 마주해 간다.
그리고 그 설정을 넘어 실제 육체적인 관계에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 캐릭터들의 감정을 동요시키는 사건으로 전환한다.
- 한줄평 : 우리 모두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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