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잃은 상실감을 마주한 당신을 위해
영화 피그 / Pig (2021)
보통사람의 영화담론
- 감독 : 마이클 사노스키
- 러닝 : 91m
- 출연 : 니콜라스 케이지(롭), 알렉스 울프(아미르), 아담 아킨(다리우스)
이 영화는 상실에 반응하는 한 남자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가끔 작은 물건 하나만 잃어버려도 쉽게 크고 작은 분노와 좌절을 느끼는 게 인간이다. 하물며 함께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눈 생물이야 오죽할까.
유대감은 시공간을 공유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숲과 작은 오두막에 은신하며 살고 있는 롭과 그가 키우는 트러플 돼지인 브랜디의 관계가 그러하다.
둘은 땅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트러플을 찾아 그것을 중개상인 아미르에게 팔며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같은 음식을 함께 나눈다. 식사를 나눌 수 있는 존재, 롭에게 돼지 브랜디는 말 그대로 식구(食口)이자 가족이다.
브랜디와 롭이 함께 트러플을 찾는 일은 마치 아버지와 함께 일요일 저녁마다 캐치볼을 하는 아들의 모습처럼 둘의 관계를 묘사하는 행위다. 이는 서로 애정을 확인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행위이자 둘만의 암묵적인 의식 같은 일에 가깝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브랜디는 괴한들에게 납치되고 롭은 습격을 받아 정신을 잃는다.
다음 날 정신을 차린 롭은 납치된 브랜디를 찾기 위해 분노를 끌어안고 10년 만에 숲 밖으로 나선다.
영화는 크게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각 챕터명은 음식 이름이다. 이 음식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등장하는 음식이 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 번째는 음식을 중심으로 각 캐릭터 간의 감정과 관계의 종류를 보여준다.
둘째는 닫힌 입을 열게 하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한다. '입을 연다'라는 행위에 의미 중 하나는 음식을 먹는 행위뿐만 아니라 '사실을 털어놓는다'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음을 매개체인 음식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 시골식 버섯 타르트 :
롭이 처음 돼지와 접시 하나에 같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돼지와 롭의 유대적인 관계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엄마표 프렌치 토스트 :
아미르와 롭이 함께하는 첫 식사 장면이다. 이 아침식사로 서로의 생각의 문답이 처음 성사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진다.
- 해체주의 가리비 요리 :
과거 잠시 연이 닿았었던 셰프 핀웨이와 롭의 관계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의 증언으로 브랜디를 추적할 수 있는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받는다.
- 새 한 마리, 술 한 병, 그리고 소금 바게트 :
다리우스와 아들 아미르, 롭이 음식을 통해 과거의 정서를 공유하며 브랜디와 관련된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
영화가 전개되며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상실'은 모든 캐릭터들에게 녹아든다.
롭은 브랜디를,
핀웨이는 자기 자신을,
아미르는 어머니를,
다리우스는 아내를 상실하며 자신이 스스로 차단하거나 회피했던 감정을 직시한다.
누구나 이미 몇 번은 겪었을, 또는 앞으로 겪을 상실. 그리고 그것을 마주했을 때 '... 괜찮아'라고 조용한 위로를 건네받은 기분의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 한줄평 : 나의 상실, 그리고 그때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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