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게 보내는 짙은 감정 묻힌 영상편지
영화 소년시절의 너 / 少年的你 / Better Days (2019)
보통사람의 영화 리뷰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 감독 : 증국상
- 러닝 : 135분
- 배우 : 주동우(첸니엔), 이양천새(샤오 베이), 주 이(웨이 라이)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중국 영화란 두 가지 거대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한 가지는 성룡과 이연걸을 이어 견자단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각종무술 퍼포먼스가 가득한 액션 영화가 그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서유기나 삼국지 같은 전설이나 역사속 이야기들을 온갖 CG로 치장해 놓은 화려한 영화다.
영화관람에 대한 편협한 스펙트럼 덕에 이번에 본 영화는 내 이미지 속 중국 영화의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영화였다. 그 때문에 관람 전에는 나의 중화계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한껏 재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다행히도 '현실'중국의 '요즘'이슈를 다룬 이야기였고 그 결과는 재건에 나름 선방한 듯하다.
한국에서는 이미 드라마나 영화 등의 소재로 여러 번 사용되고 있는 '교육열'의 폐단을 그린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바로 허구가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실제 소재가 되었던 사건은 그 사건 이후 사회 아젠다가 강하게 형성되었으며 법이 제정되고 강화되었다는 설명이 적잖이 놀랐던 점이다. (물론 중국의 철저한 영화검열 덕에 중화 국의 위대함을 구겨서라도 넣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 거대한 대륙에서 고작 한두 명의 사건으로 법까지 움직일 정도였다면 당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있었나 보다. 실제로는 더욱 잔혹하고 비인륜적인 일들도 많을 텐데 말이다.
심지어 영화의 초반에는 어찌 보면 지레짐작이 가능한 내용들이 전개되는 듯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부터는 갑자기 범죄 스릴러로 전환되면서 꽤 당혹스러운 느낌마저 전달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과 따돌림이란 소재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서로 연결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후에는 그 사건을 중심으로 등장인물 간의 연결이 다른 방식으로 재설정된다. 분위기와 장르의 순간 전복은 마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인터폰 장면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영화들과의 차이점도 꽤 많이 보인다. 특히 경찰이 주인공이 아닌 이상 언제나 헛다리에 능하고, 반응은 서너 박자 늦으며, 가끔은 악독한 비리나 공권력을 남용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미국이나 한국 경찰과는 다르게 공안=정의라는 공식을 억지로 구겨 넣은 듯하다. 미심쩍은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여 해결한다는 이런 설정은 이 영화의 투자와 배급, 그리고 영화의 유통에 이르기까지 적잖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하게 과도한 음악을 사용하여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웅장하거나 서사의 강한 흐름을 선호하는 대륙의 영화이므로 그런 방식의 기본값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열연도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동우(Zhou Dongyu/周冬雨)란 배우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처음 봤지만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건조한 마스크에서 폭발되는 강렬한 감정표현이 대단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임청하나 왕조현, 또는 기껏해야 장쯔이나 최근에서야 판빙빙 정도를 겨우 알고 있는 나에겐 젊은 배우들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안겨줄 정도였다.
(물론 하는 말마다 오글거리는 대사가 몹시 아쉬웠지만 거친 이미지의 샤오 베이 역을 잘 그려낸 신예 이양천새(Yi Yang Qian Xi/易烊千玺)와 귀엽고 예쁜 악녀 역할로 나온 웨이 라이 역의 주 이(Ye Zhou/周也)도 대단했다)
- 한줄평 : 포스터의 하이틴 로맨스는 훼이크
- 7.5 / 10
- 문의 : botton.salam@gmail.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