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과연 무엇으로 연결돼있는 걸까
영화 어느 가족 / 万引き家族 / Shoplifters (2018)
보통사람의 영화 리뷰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 감독, 각본, 편집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러닝 : 121분
- 배우 : 릴리 프랭키(오사무 시바타), 안도 사쿠라(노부요 시바타), 마츠오카 마유(아키 시바타)
내 이미지 속의 일본은 2006년 여름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로부터 강하게 고착됐다.
일개 관광객의 시선으로 둘러본 일본의 첫 이미지는 실로 대단했다.
아시아라는 카테고리로 함께 묶여있다 뿐이지 당시만 해도 그들은 이미 대단한 선진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고도의 시민의식과 발달된 사회, 정갈하게 정돈된 문화자본 등은 잃어버린 N년, 반일감정 등의 말 따윈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때 방문한 일본이 내 생에 첫 해외 방문이었다. 그러나 첫 방문국이라는 신비로움보단 그동안 표면적으로 쌓아왔던 일본의 이미지를 열등감과 문화적 충격으로 치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일본의 국가적 경제 쇄신의 실패와 역사나 경제뉴스 등을 통해 앞서 느꼈던 열등의식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해소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커져갔다.
그러던 차에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어쩌면 여전히 긍정적인 판타지만을 머릿속에 담고 있던 나에겐 현실적으로 일본을 바라보게 되는 전환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어느 가족 일본 반응 :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소재로 이미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어 왔다. 여러 측면에서 국내의 봉준호 감독과도 종종 공통분모가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현재의 일본 사회의 암면을 직접 맞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사회체계의 모순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다룬 메시지가 가득하다.
이러한 비판적인 내용에 일본의 고위 관료나 정계에서는 일본은 이러한 계층이 없다며 영화적인 픽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치부를 덮고 비판을 기피하는 일본의 회피적 정서가 영화와 함께 세계로 표출된 듯 한 느낌을 제공한 느낌을 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의 구성원은 캐릭터들 간의 연결고리와 그들이 대변하는 열악한 사회적 위치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캐릭터들이 모여 응집된 결핍의 집성체 같은 모습을 표현한다.
이들은 각자 유흥업 종사자, 비정규직 근로자, 보험에 취약한 일용근로자, 연금 수령자, 유기아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이들의 동거 목적은 '돈'으로 귀결되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몇 가지 사건들을 접하게 되며 점점 더 진짜 가족의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각자의 캐릭터가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선도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인물을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쇼타'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까지 도달하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느끼는 감정들이나 상황에 대한 분별력은 영화의 초반부와는 다르게 점차 사회적인 기준과 도덕, 양심과 혼합하며 관객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간다.
이 영화에서 주는 커다란 대 주제인 질문은 역시 과연 무엇을 가족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이며 영화는 스스로 그것에 대한 문답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혈육도 그것을 완성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같이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채울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각자 바깥에서 무슨 일을 하고 돌아오든 일단 집에 들어서면 화목하고 즐거운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 그려진다. 집이라는 공간, 그리고 가족이라는 집단에 돌아오면 모든 구성원이 함께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모습들에서 종종 쇼타가 언급했던 '스위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가족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 맞는 말이다. 그냥 색이 진할 뿐이다. 어쩌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 한줄평 : 정서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날카롭게 마음을 가격한다
- 8.7 / 10
- 문의 : botton.sal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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