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는 불법체류 소년의 타국 정착기
영화 파힘 / Fahim (2019)
보통사람의 영화 리뷰 후기 줄거리 결말 해석
- 감독 : 피에르 프랑소와즈 마틴 라발(Pierre-Francois Martin-Laval)
- 러닝 : 108m
- 출연 : 아사드 아메드(Assad Ahmed 파힘役), 제라르 드빠르디유(Gerard Depardieu 실뱅役)
이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그려낸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파힘과 그의 가족들의 정착기는 아직 현재 진행인 상태다. 프랑스의 복잡한 이주법에 의해 현재까지도 시민권을 획득하진 못했다고 한다.
영화는 '체스'라는 게임을 주된 소재로 다루며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자유와 평등의 나라인 프랑스가 겪고 있는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풀어간다.
지레짐작이 가능한 뻔한 스토리라인이다. 이미 어느 정도 성립된 공식을 붙여 나가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다.
빈민국 체스 천재소년 + 프랑스 불법체류 + 체스판 석권 = 해피엔딩
여기에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이주와 불법체류에 대한 설득이 있다. 그리고 숙명적으로 체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진 한 아동과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했다는 점이 약간 다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같은 소재의 미국 드라마인 '퀸스 갬빗(Queen's Gambit)'은 전달하는 뉘앙스나 제스처가 '파힘'과는 큰 차이가 있다. '파힘'보다는 좀 더 체스라는 게임 자체에 집중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임과 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해가는 주인공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기의 매치(Pawn Sacrifice)'는 제목처럼 역사 속의 희대의 명경기에 관련된 세세한 에피소드와 경기 자체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게임을 다루는 캐릭터들의 심경과 감성의 변화가 매력적인 영화다.
메인 소재는 영화 내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그중 한 가지 예를 들면 워쇼스키 자매(前형제)의 '매트릭스(Matrix)' 시리즈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메트릭스'는 디테일한 설정과 의미들을 모르고 보더라도 잘 짜인 스토리에 매력적인 세계관, 개성 있는 캐릭터와 각종 액션들로 꽉 채워진 한 편의 멋진 영화다.
하지만 컴퓨터 관련 용어들과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세부 설정을 하나씩 뜯어놓고 본다면 거대한 수작으로서 상당한 공을 들인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퀸스 갬빗'과 '세기의 매치'는 체스경기에 대한 지식이나 경기의 룰을 충분히 알고 보거나 평소에도 체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재미를 더욱 가미시킬 수 있다.
하지만 '파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순수하게 가족드라마로만 봐도 무방할 정도다.
'파힘'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라는 이유로 '퀸스 갬빗'이나 '세기의 매치'와 묶인다면 그것은 순수히 체스라는 경기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으로 카테고리를 구분지을 때 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영화의 핵심 주제인 난민문제를 고려해본다면 '부력(Buoyancy / 2019)'이나 '가버나움(Capernaum / 2018)', '뷰티풀 라이(The Good Lie / 2014) 같은 영화들과 비견되는 것이 좀 더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느껴진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경기 중에 체스판보다는 인물들의 표정만 보여주는 식의 앵글을 대부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정도로 체스경기 자체가 주는 긴장감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럴만한 이유는 이 영화에서 조명해야 하는 소재가 상당히 복잡하고 입체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반적인 성장영화에 불법체류와 난민 수용, 정치적 위협, 타국살이의 현실적 장벽, 이산가족 거기에 체스라는 소재까지 섞어내야 했으니 밸런스 조절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연출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 한줄평 : 영화 관계자들이 군침은 아니어도 입맛은 다실만한 소재
- 7.5/10
- 문의 : botton.sal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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