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툴(Design Tool)에 대하여
한 번이라도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마 대단히 높은 확률로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포토샵, 일러스트, 인디자인, 캐드, 스케치업, 라이노, 3DMax, 마야, 프리미어, 애프터 이펙트, C#, 제플린, 워드프레스...
이것들은 각 분야별 디자이너들이 실무에 사용하는 디자인 프로그램들의 이름입니다. 구인광고의 말미에는 보통 이런 말들이 적혀 있을 겁니다.
'유관업계 종사자', '전공자', 'OOO그래픽 툴 필수'
디자인 실무자들은 위의 프로그램들을 사용합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디자인 표현에 사용되는 언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편집디자인은 '인디자인'과 포토샵을, 캐릭터 디자인은 '마야'를, 영상디자인은 프리미어를 사용한다.
- 이탈리아에서는 이태리어를, 필리핀에서는 타갈로그어와 영어를, 모로코에서는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사용한다.
정서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언어를 쓰듯이 디자인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 다양한 디자인 툴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디자인을 잘하는가?
- 또는 이것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게 디자인에 도움이 될까요?
- 이런 거 꼭 배워야만 하는 건가?
저의 대답은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실무에서는요.
위에서 저는 디자인 툴들을 언어에 비유했습니다. 만약 디자인 종사자이거나 디자인으로 일을 하실 분이라면 자신이 진입할 세계, 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익히시는 게 당연히 도움이 될 겁니다.
일본에서 일을 할 생각이라면 일본어 비즈니스 회화는 기본으로 공부하듯이, 중국과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무역과 관련된 중국어와 영어를 능숙하진 못하더라도 기본은 하는 것이 도움이 되듯이 그곳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익히시는 것은 절대적인 무기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기능들이 디자인을 잘하는데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라는 것이 저의 대답입니다. 이번에도 언어와 똑같이 생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까지 잘하는 사람이 유럽에서 반드시 순탄하게 살거나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면서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되겠네요. 결국엔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기본적인 기능 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서 결정적인 한 끗 승부가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직업이 아닌, 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라면 딱히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만약 뭔가 디자인 툴을 활용하여 표현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취미로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 도구들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디자인 업계에 취업을 하거나 업무를 순탄하게(?) 해 줄 수는 있을 겁니다. 실무에서의 효율을 더 많이 끌어올려줄 수도 있고요. 디자인 툴은 문자 그대로 디자인 툴(Design Tool), 디자이너에게는 공구와 같은 것이죠. 보통사람은 그다지 필요한가 싶습니다.
다룰 수 있는 도구가 많다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 것일 뿐이지 그것과 디자인을 잘하는 것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요리 도구가 많이 있다고 해서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더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는 것도 아닌 것과 같습니다(물론 장비빨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경험상 실무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도구를 조금씩 다루는 것보다, 단 하나의 도구만 있어도 그것을 깊이 있고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 훨씬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마치 언어처럼 한 가지 언어를 깊게 공부하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도 상대적으로 빠르고 이해력도 높듯이 디자인 툴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필드에서 일하며 느낀 것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기술은 한 번 끌어올리면 어느 순간에 이르면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것
- 어차피 인간은 초단위로 진화되는 기술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
- 기술은 내 생각의 표현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
- 결국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
재차 말하지만 도구는 도구 일뿐입니다.
기술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국 기술을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도구처럼 사용될 뿐입니다.
보통사람을 위한 디자인 안내서
브랜딩 / 공간 디자인 문의 : botton.sal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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