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소중했던 그대, 어떻게 추모하고 기억해야 할까요?
사랑하는 당신에게 / Last Dance
줄거리, 티저, 리뷰, 후기, 결말, 상영관 (2022)
- 감독 : 델핀 르에리시
- 러닝 : 83m
- 출연 : 프랑수아 베를레앙(제르맹), 라 리봇(라 리봇), 캐이시 모테 클레인(사미르) 외
- 상영관 : 광화문 씨네큐브
줄거리
사랑하는 아내를 갑자기 잃고 홀로 된 제르맹은 자식들의 지나친 걱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시간표까지 짜서 자신을 돌보는 자식들의 극성에 시달리던 제르맹은 아내와의 오래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몰래 현대 무용단에 입단한다.
그의 어설픈 몸짓은 뜻밖에도 무용단을 이끄는 세계적인 무용가의 관심을 끌게 되고, 급기야 공연을 불과 4주 남기고 제르맹을 주역으로 한 새로운 안무가 만들어진다.
한편, 공연 사실을 비밀로 하고픈 제르맹의 행동은 그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티저 예고편 / Officail Trailer
리뷰 / 후기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상실하고 어떻게 그것을 스스로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다 관람하고 나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제목을 왜 굳이 이렇게 바꿨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라스트 댄스'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마이클 조던 다큐가 연상될 수 있기 때문이겠지
'Last Dance'라는 원제는 춤을 추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은 춤은 단지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이면에 있는 주인공의 그리움과 사랑이 좀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제목부터 살짝 오글거리던 탓인지 아무런 기대 없이 영화를 보았지만 오랜만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감정이 들게 만드는 영화를 만났다는 기쁨이 크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제르맹은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아내를 추모할 겨를도 없이 주변사람들에게 시달린다. 아내가 사망하자마자 제르맹이 걱정된 아들과 딸, 손자, 손녀들은 일정표까지 작성해 가며 빈틈없이 어머니의 자리를 메꾸려 한다.
매일 쉴 새 없이 안부를 확인하고, 끼니뿐만 아니라 간식까지 조달하고, 빨래와 설거지도 자녀들이 전부 나눠서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자녀들의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지만 현재의 제르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내와의 추억을 추모하고,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제르맹은 아내가 다녔던 현대 무용단을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는 바로 무용단에 들어가 함께 춤을 추며 아내를 추억한다.
아내가 빠져들었던 춤이란 것을 접하면서 아내의 자취를 밟아가는 제르맹은 춤이야 말로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아내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확신한다.
춤을 배우는 동안 제르맹은 고인이 된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는 것은 그리운 심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지만 춤을 통해 교감을 이뤄내는 듯한 모습을 아내에게 편지를 쓰며 이야기하는 것으로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용단을 담당하던 세계적인 안무가 '라 리봇'은 제르맹의 어설프면서도 이상한 춤에서 어딘가 모를 매력적인 에너지를 느낀다. 결국 그녀는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제르맹을 중심으로 안무와 스토리를 다시 연출한다.
판이 이렇게 커지자 제르맹은 점점 난처해진다. 자녀들의 전화와 문자를 받기 어려워지고 무용단에서 연습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늘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양하고도 우스운 에피소드를 자아낸다.
결말
주인공 제르맹의 행동들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코믹한 요소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빌드업한 웃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억지스럽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소소한 웃음거리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지속되며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공연에서 제르맹은 마침내 아내와의 이별을 실감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마무리로 느끼기에 충분한 결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르맹은 아마 마지막 공연 이후로 다시 춤을 출 것 같지는 않다. 마음속에서 마침내 아내를 보내줄 수 있도록 춤으로, 그리고 편지로 충분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웃으며 자신을 그동안 돌봐줬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 삽입된 'O Sole Mio'라는 곡의 가사처럼 언제나 나를 비춰주는 태양같이 제르맹의 아내도 그의 삶에 늘 함께 일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