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 그 사이에 스며드는 알코올의 향기
거룩한 술꾼의 전설
The Legend Of The Holy Drinker
La Leggenda Del Santo Bevitore (1988)
줄거리, 티저, 원작, 결말 리뷰
- 감독 : 에르만노 올미
- 러닝 : 128m
- 배우 : 룻거 하우어, 안토니 퀘일, 상드린 뒤마, 도미니크 피뇽
줄거리
안드레아스(룻거 하우어 분)는 파리 센 강의 다리 밑에서 알코올에 찌든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숙자다. 어느 날 독실한 분위기의 한 낯선 신사가 건네는 200프랑을 적선받게 된다. 그리고 그 신사는 혹시 훗날 형편이 되면 파리의 한 성당에 있는 소화 테레사 성녀 성상에 봉헌하는 걸로 대신 빚을 갚으면 된다는 말에 선뜻 맹세를 한다. 그 후 안드레아스는 호화로움의 정점에서부터 절망의 나락에까지 이르는 묘한 초현실적인 영혼의 여행을 하게 된다.
거룩한 술꾼의 전설 예고편 / Official Trailer
거룩한 술꾼의 전설 / 원작소설
영화 거룩한 술꾼의 전설은 20세기 오스트리아의 작가인 '요제프 로트'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소설의 중간중간에는 흥미롭게도 '파블로 아울라델'의 일러스트 삽화가 수록돼 있다. 따라서 당시의 배경이나 시대상, 분위기뿐만 아니라 작중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감정 등의 이해를 돕고 더욱 깊이 있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결말
안드레아스는 200프랑을 갚기 위해 주일만 되면 성당을 가 미사가 끝날 때까지 맞은편의 술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결국 자의로는 결코 들어가지 못했던 성당에 술에 잔뜩 취한 채 다른 사람들에 의해 실려 들어간다. 그는 손에 200프랑을 움켜쥔 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최후를 맞는다.
리뷰 / 해석
여느 영화화 된 소설이나 웹툰 등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기전에 원작소설인 <거룩한 술꾼의 전설>을 읽으면 공감과 이해가 좀 더 수월할 수 있다.
작품에서는 안드레아스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에게 술이란 어떤 것인지 넌지시 알려주는 듯하다.
그렇다고해서 단순히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알코올이나 술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요제프 로트 역시 일생을 애주가로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심지어 알코올을 평생의 뮤즈라고 부르기도 했다. 책의 표제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술은 결과적으로는 생명을 단축할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로 볼 땐 사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술을 먹는 사람의 굳은 결심은 얼마나 허망한가.
결심과 실천 사이에는 엄청난 심연이 입을 떡 벌리고 있어 살아서는 결심을 결코 실천에 옮길 수 없다.
술의 개입이 없더라도 인간에게는 늘 결심과 실천사이에 마치 거대한 미지의 장애물이라도 놓여있듯 어려움이 있다. <거룩한 술꾼의 전설>에서는 이러한 인간사의 일면을 단순하면서도 흥미롭게 표현한 작품이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비틀거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다만 술을 마시면 좀 더 크게 휘청거리거나 비틀거릴 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생 또한 대단히 가혹할 것이다.
모든 생명은 생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죽음 또한 필연적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삶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이 살면서 수차례 반복을 통해 깨닫는다. 하지만 어떤 이는 그 반복 속에서 조차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안드레아스의 삶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황폐하기만 했던 삶에서 기적을 경험하고, 우연의 우연이 쌓여 새로운 일들이 만들어지고, 유혹에 빠지고, 추락하고, 다시 재기하고, 방황하고, 정체되는 모든 인간의 경험들을 함축적으로 그려낸다.
마지막에 과음으로 인해 성당에서 최후를 맞는 안드레아스의 장면 이후 원작소설의 작가인 요제프 로트가 남긴 글이 인상적이다.
우리 모두에게, 우리 술꾼들에게 평온하고 멋진 죽음을 허락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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