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그어진 선은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영화 라인 / La ligne / The Line(2022)
리뷰 줄거리 후기 해석 의미 결말
- 감독 : 위르실라 메이에
- 러닝 : 103m
- 출연 : 스테파니 블렁슈(마르가레트),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크리스티나), 엘리 스파그놀로(마리옹) 등
영화 라인 / La ligne / The Line(2022)
리뷰 줄거리 후기 해석 의미 결말
현대사회에서 ‘선(Line)’이란 기호학적으로 물리적 또는 정신적인 ‘경계’나 ‘구분’하는 대표적인 도구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앙선, 군사분계선, 구분선 등과 같은 물리적인 분리의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시선(視線)이나 사선(死線)처럼 비 물리적인 구분을 지칭할 때처럼 다양하게 사용된다.
'선(Line / 線)'이란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2019)’이 있다. 영화 내에서는 캐릭터들이 ‘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물론이며 그들과의 신분과 구조를 구분 짓는 도구로서 재치 있게 활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영화 '라인'에서는 '선'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 주요소재로 등장한다.
영화는 상당히 강렬하고 폭력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첫째 딸 마르가레트가 분노를 표하며 엄마 크리스티나를 폭행하는 장면이다.
이 사건으로 마르가레트는 법정명령으로 3개월 동안 100m이내 접근금지 처분을 받는다. 만일 무단으로 100m100m 내로 접근할 시에는 수감이 된다.
엄마는 엄마대로, 언니는 언니대로 사랑했던 막내딸 마리옹은 집에서부터 100m 반경 바닥에 푸른색으로 선을 그려 경계를 만든다. 서로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더 이상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인 것이다.
극 중 흐름을 따르다보면 철없는 모습을 지닌 마르가레트와 크리스티나를 볼 수 있다.
가장 상극인 이 관계는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닮아 있는 모습을 띄기도 한다.
세 자매 중 마르가레트만이 엄마처럼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그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감정의 표현과 절제에 상당히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지점이 이 둘의 속성을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둘의 모습중에는 은연중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런 건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듯한 제스처가 종종 등장한다. 감정적으로 예민함과 주변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모습도 닮아 있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은 상대를 보면서 자신이 싫어하고 그토록 닮고 싶지 않아 하던 모습, 그리고 자기 스스로도 싫은 자신의 모습이 온전히 투영된 상대방에게 보여 분노와 혐오가 동시에 쏟아져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흔히 가족을 천륜(天倫)이라고 한다. 하늘이 맺어준 끊을 수도, 변할 수도 없는 관계란 의미다.
가족이란 가장 작은 사회적 단위다. 신구세대가 공존해 있으면서도 이념과 체제가 다른, 하지만 의도적으로 재구성할 수도 없는 그런 집단이 가족이다.
자식은 부모를 닮고, 자녀는 부모의 모습을 따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마주할 때 자신도 모르게 호감을 가지는 경우와 정반대의 경우가 있다. 영화에서는 후자에 속한다.
이 관계가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이유는 변할 수도 끊을 수도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리옹이 그려낸 푸른 ‘선’처럼 서로의 경계를 표현할 분명한 방법이 있다면 어땠을까
접근금지기간이 막바지에 이르자 마리옹은 바닥에 그린 푸른 선을 지운다. 하지만 여전히 선은 군데군데 남아 있다. 깨끗이 지워내지 못한 것이다. 마치 그들의 가슴에 새겨진 감정의 선처럼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집안에 남은 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크리스티나와 마르가레트의 마음에 있는 선은 여전히 그대로다. 물리적인 선이 사라진다고 한들 마음속 깊이 새겨진 선은 지울 수 없다. 이미 벽처럼 단단하고 뚜렷하게 새겨져 상대방을 가로막고 있다.
영화 라인 / La ligne / The Line(2022) 리뷰 줄거리 후기 해석 의미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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